


‘서울 태생인 내게 춘천이란 오랫동안, 강원도의 도청소재지이며 교육 문화의 도시로 밑줄 쳐진 사회지리 교과서속의 한지명일뿐이었다. 춘천이라는 지명이 활자가 아닌 실체 비슷한 형체를 띠고 다가온 것은 대학생 때였다. 그 시절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던 ㅎ은 성격이 괄괄하고 차림새나 태도가 거칠것이 없이 당당하여 다소곳한 여성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일으키게도 할 타입이었지만 나는 내숭없이 솔직하고 씩씩한 그 친구가 좋았다. 그 친구는 남자 선배 후배, 동기생들과도 동성의 친구처럼 스스럼이 없었다. 어느 날 그 친구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심각하고 비장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말했다. “나, 어제 춘천 갔다 왔어.” “강원도 춘천? 거긴 왜?” “종일 강물만 보고 왔어.” 물을 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예 풍덩 빠졌었는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, 눈빛도 목소리도 촉촉하기 그지없었다. …
서면을 오가는 배터와 붕어섬, 중도의 선사유적지, 줄곧 강과 산을 끼고 굽이굽이 휘어지던 46번 옛 국도의 풍경, 봄이면 복사꽃이 분홍빛 꽃구름으로 흐드러져 선경을 이루던 후평동의 낮은 언덕, 행려의 고단함과 인생유전의 감상들을 얼핏얼핏 보여 주던 옛 버스터미널의 모습 등은 모두 소설 속의 상황이나 갖가지 상징성과 은유로 담겼다.’ 서비스 링크